헌원황제전《軒轅黃帝傳》17
황제가 다시 유망(榆罔)과 천하를 두고 다투었다. 유망이 신농씨(神農氏)의 후예들을 믿고서 천하를 다툰 것이다. 황제가 비로소 독수리(雕), 물수리(鶚), 매(鷹), 송골매(鸇)를 기치(旗幟)로 삼고 곰(熊), 큰곰(羆), 표범(貅), 범(虎)을 앞에 몰아 판천(阪泉)의 들에서 전쟁을 벌였다. 세 번 싸운 뒤에 승리하였다. 제(帝)가 다시 북쪽으로 훈육(獯鬻)의 군사를 쫓았다. 제(帝)를 따르지 않는 제후들은 모두 부하들을 이끌고 이들을 쳤다. 모두 쉰두 번 전쟁을 치르고서 세상이 크게 안정되었다. 제가 반란자를 벌한 공에 비로소 기백(岐伯)에 명하여 군악고취를 짓게 하고 소뇨가(簫鐃歌)라 하니 군사들이 경계하고 보위하는 데에 썼다. 풍고곡(楓鼓曲), 영기후(靈夔吼), 조악쟁(雕鶚爭), 석타애(石墜崖), 장사노(壯士怒), 현운(玄雲), 주로(朱鷺) 등 곡은 무덕(武德)을 드날리는 까닭에 개가(凱歌)라 하였다. # 옛말에 한(漢) 시대에 장건(張騫)이 서역(西域)의 악곡에서 이를 얻었다 하는데 뜻밖에 황제 시대의 군악이 보존된 것이었다.
黃帝又與榆罔爭天下,榆罔恃神農氏之後,故爭之。黃帝始以雕鶚鷹鸇為旗幟,以熊羆貅虎為前驅,戰于阪泉之野。三戰而後克之。帝又北逐獯鬻之戎。諸侯有不從者,帝皆率而征之。凡五十二戰,天下大定。帝以伐叛之功,始令岐伯作軍樂鼓吹、謂之簫鐃歌,以為軍之警衛。楓鼓曲、靈夔吼、雕鶚爭、石墜崖、壯士怒、玄雲、朱鷺等曲,所以揚武德也,謂之凱歌#。 [#舊說,漢代張騫得之於西域之樂曲,乃黃帝時軍樂之遺音。]
○기치(旗幟)
호령경(虎鈐經) : 기치(旗幟)는 군대 안의 표지이다. 문기(門旗)를 우두머리로 삼아 깃대 꼭대기에 금동 방울을 달아 둔다. 군대 안에 꽂는 큰 둑(大纛)은 짙 붉은색에 여덟 폭이고 대장(大將)의 본영(牙帳) 앞에 꽂고 북을 그 아래에 앉혀두고 오방기는 각 방향에 안배한다. 장차 전투가 있으면 싸움터에 친 진에 깃발을 세우고 대장은 재계하여 마음과 복장을 정갈하게 하고 하늘이 맑아지고 별이 반짝일 때를 기다려 군영 가운데에 단을 세워 여러 장교를 이끌어 축문을 읽고서 사방에다 제사를 지낸다. 대장이 행군할 때 선두에서 오색깃발로 그 행차를 인도하게 한다. 방위를 향해 돌진하는데, 갑을 날에는 푸른 깃발, 병정 날에는 붉은 깃발, 무기 날에는 누런 깃발, 경신 날에는 흰 깃발, 임계 날에는 검정 깃발을 쓴다. (오방 깃발은 향하는 곳 뒤에 둔다.)
행군하다 앞뒤로 숲과 늪, 험하고 좁은 지형이 있으면 도끼와 창을 대서 찍어내는데 이때 푸른 깃발을 든다. 앞에 산골짜기나 높은 봉우리 깊은 계곡이 있어서 강도나 도적을 피할 곳이 없고, 설상가상 바람과 불로 거듭 핍박을 받게 되면 즉시 정예병을 뽑아 바람을 따라 풀에 불을 놓아서 도적을 피한다. 이때 붉은 깃발을 든다. 앞에 진을 벌리고 있는 적을 만났을 때, 즉시 물자를 실은 짐수레들을 펼쳐 벌리고 군사를 이끌어 진을 결성하고 높고 우세한 지형을 택하여 좁은 곳을 지키면서 적에 대항한다. 이때 흰 깃발을 든다. 앞에 산과 시냇물, 젖은 땅과 낮은 습지를 만나 골짜기 물이 좀 사나우면 검은 깃발을 든다. 들판과 큰 못이 앞에 있고 다른 염려스러운 해가 없으면 누런 깃발을 든다. 오색의 아장기(牙帳旗)는 날씨와 사계절 구름 색깔에 따라서 든다. 이를테면 푸른 구름을 보았다면 푸른 깃발을 드는 것처럼 다를 것도 모두 이와 같다.
토(土)는 푸른 깃발로 누르고 화(火)는 검은 깃발로 누르고 금(金)은 붉은 깃발로 누르고 수(水)는 누런 깃발로 누르고 목(木)은 흰 깃발로 누른다. 우기누름기(厭旌旗)를 곰과 범으로 꾸민 까닭은 그 맹렬함을 상징해서이고 봉황(鵾雞)으로 꾸민 까닭은 그 투쟁성을 상징해서이고 일월성신으로 꾸민 까닭은 천문(天文)을 본받으려 해서이다. 귀신과 운기(雲氣)로 꾸민 까닭은 그 변화무쌍함과 같아지려 해서이다.
죄인은 흰 깃발 아래에 앉히고 검은 둑(黑纛) 깃발 아래에서 처단한다. 전투에서 적군을 처음 잡으면 그 심장을 도려내어 깃발에 제사를 지내고 그 피를 발라 틈 간 북을 메운다. 내게 떨어진 호령은 나를 따라다녀 주인과 같다. 그래서 춘추전(春秋傳)에 “낮에 오색깃털로 휘날리는 깃발(旌)을 베풀어서 전사들의 눈에 위엄을 채우고 밤에 횃불과 북을 베풀어서 전사들의 심장에 위엄이 뛰게 한다.” 하니 기치의 쓰임은 큰 군대의 뿌리이다.
《虎鈐經》 旗幟者,軍中之標表也。以門旗為首,竿上置金銅珠,大纛深紅八幅,樹大將牙帳前,鼓坐其下,五方旗各按方面。將有事旗戰陣,大將齋戒,潔心凈服,俟天清星皎,中營立壇,率諸將校宣祝文,隨方面祭之。大將之行,先以五色旗導引之。沖向方位:甲乙日青旗,丙丁日紅旗,戊己日黃旗,庚辛日白旗,壬癸日黑旗(五方旗所向在後)。或前後林藪險隘,下斧鑺(斫伐開道,舉青旗。前有山峽高峰深溪,無避賊寇處,復風火相逼,即抽兵要逐風燒草以避賊,舉紅旗。前遇敵列陣,即排列輜重,引兵結陣,擇高勝地守隘以拒賊,舉白旗。前值山川地濡卑濕,溪澗不平,舉皂旗。前平原大澤,無他患害,舉黃旗。五色牙帳旗,隨天地(一作氣)四時雲色舉之。見青雲舉青旗,他皆同此。
厭土以青旗,厭火以皂旗,厭金以紅旗,厭水以黃旗,厭木以白旗。厭旌旗之上,文以熊虎者,象其猛也;文以鵾雞者,象其鬥也;文以日月星辰者,法天文也;文以鬼神雲氣者,如其變也。
坐罪人於白旗之下,殺之於黑纛之下也。初得敵人,刳其心以祭旗,塗其血以釁鼓。為我之號者,隨我所主焉。故《春秋傳》曰:晝施旌旗以威其目,夜施火鼓以威其心。是故旗幟之用,大軍之本也。
○ 독수리(雕) 물수리(鶚) 매(鷹) 송골매(鸇)
* 독수리(雕) : 태평어람에서 “ 설문(說文)에 ‘수리새 취(鷲)는 누런 대가리에 붉은 눈, 오색을 모두 갖추었다. 일명 조(雕)라고 한다.’ 하고 한서(漢書)에 ‘이광(李廣)이 상군(上郡)의 수령이 되었다. 흉노가 상군에 쳐들어와 무제(武帝)가 중귀인(中貴人)은 시켜 광을 따르게 하였다. 흉노가 중귀인을 쏘았는데 광(廣)이 ‘이는 반드시 궁수 조(雕)일 것이다.’ 하고 두 사람을 쏘아 죽이고 한 사람을 산 채로 잡았는데 과연 궁수 조(雕)였다.’ 하고 목천자전(穆天子傳)에 ‘용산(舂山) 어디 어디에 청조(青雕)가 있어 개와 돼지를 잡고 사슴을 먹는다.’ 하였다.”
雕 : 太平御覽 《說文》曰:鷲,黃頭赤目,五色皆備。一曰雕。《漢書》曰:李廣為上郡守。匈奴入上郡,武帝使中貴人從廣。匈奴射中貴人,廣曰:「是必射雕者也。」廣射殺二人,生得一人,果射雕者也。《穆天子傳》曰:舂山爰有青雕,執犬豕,食鹿。
*물수리(鶚) : “창힐해고(倉頡解詁)에 ‘물수리 악(鶚)은 금빛 주둥이를 가진 새이다. 먹이를 발견하면 하늘에서 무기처럼 내려와 노루와 사슴을 쳐 죽일 수 있다.’ 하고 한서(漢書)에 추양(鄒陽)이 오왕(吳王)에게 간하기를 ‘신 이 듣기에 사나운 새 수백 마리라도 한 마리 물수리(鶚)만 못하다고 합니다.’” 하였다.
鶚 : 《倉頡解詁》曰:鶚,金啄鳥也。見則天下兵,能擊殺獐鹿。《漢書》曰:鄒陽諫吳王曰:「臣聞鷙鳥累百,不如一鶚。」
*매(鷹) : “예기(禮記)에 ‘경칩 날에 매가 변하여 비둘기가 된다.’ 하고 좌전에 ‘담자(郯子)가 ‘소호(少皥)가 새를 스승으로 삼아서 새를 이름으로 삼았다. 상구씨(爽鳩)는 도적과 형벌을 맡아보던 사람이다.’하고 두예(杜預)가 ‘상구나 매(鷹)는 사나운 새(鷙鳥)라서 사구(司寇)가 되어 도적을 담당하는 것이다.’라고 주를 내었다.”
鷹 : 《禮記·月令》曰:驚蟄之日,鷹化為鳩。又《昭公四》郯子曰:「少皥鳥師而鳥名。爽鳩氏,司寇者也。〈杜預注曰:爽鳩,鷹,鷙鳥也,故為司寇,主盜賊也。〉
*송골매(鸇) : “이아(爾雅)에 ‘신풍(晨風)은 송골매(鸇)이다. 〈새매(鷂) 족속이다.〉’ 하고 맹자(孟子)에 ‘덤불로 참새를 모는 것은 송골매(鸇)이고 탕왕과 무왕에게로 백성들을 모는 것은 걸(桀)과 주(紂)이다.’ 하였다.”
鸇 : 《爾雅》曰:晨風,鸇也。〈郭朴注曰:鷂屬。〉 《孟子》:為叢驅雀者,鸇也;為湯、武驅民者,桀與紂也。
○곰(熊) 큰곰(羆) 표범(貅) 범(虎)
*청비류초(清稗類鈔) : 곰(熊) : 곰은 털빛이 누런 것도 있고 검은 것도 있다. 목 아래에 흰털이 나서 모양이 새로 뜬 달과 같고 발을 조악하고 크다. 앞발은 짧고 뒷발은 길어 당겨 잡으며 나무를 오를 수 있다. 동북 요녕(遼寧), 길림(吉林), 흑룡(黑龍江) 세 성(省)이 이 곰을 낸다. 사람들이 흑할자(黑瞎子)라 부르니 눈썹이 촘촘하고 이마 털이 더부룩하게 덮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밭두둑에 들어와 수수를 뽑아내어 팔꿈치를 붙여 겨드랑이에 끼고 다시 수수를 뽑아 겨드랑이에 끼는데 이렇게 되면 앞서 겨드랑이 낀 수수는 이미 땅에 떨어져 버리니 이 밭 저 밭을 즈려밟고 다녀도 손에 쥔 것은 그저 한두 수숫대에 불과하다.
《清稗類鈔》 : 熊羆 : 熊毛色或黃或黑,項下有白毛,形如新月,足粗大,前短後長,能攀援登樹,東三省產之,人呼為黑瞎子,以其睫狹而額毛蓊覆故也。偶入田壠,拔蘆穄而腋以肘,再拔再腋,則前腋已落,蹂躪徧阡陌,所獲不過一二莖而已。
*큰 곰(羆) : 비(羆)는 곰(熊)보다 크다. 털빛은 희누르스름하고 목은 길며 다리가 훌륭하고 힘이 좋아 나무를 뽑아낼 수 있다. 사람을 만나면 사람처럼 서서 상대를 낚아채니 민간에서는 사람곰(人熊)이라 부른다. 요녕(遼寧), 길림(吉林), 흑룡(黑龍江) 동북 삼성에도 이 곰이 있다.
羆大於熊,毛色黃白,頸長腳高,多力,能拔樹木。遇人,則人立而攫之,俗呼為人熊。東三省亦有之。
*곰과 큰 곰은 대부분 동굴 생활을 좋아한다. 어떤 곰은 속 빈 나무 안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날씨가 더워 찌는 듯하거나 얼어붙은 눈이 녹아내리면, 민간에서 말하듯 굴에 틀어 앉는다. 사냥꾼이 그 있는 곳을 훤히 알아 나무 조각을 던지는데, 곰은 나무 어귀에 붙어서 나무 조각을 넓적다리 밑에 괴어놓는다. 사냥꾼이 다시 나무 조각을 던지면 다시 괴어놓고, 그러다 보면 점점 더 높아지고 사냥꾼은 그 이마가 나무 구멍과 높이가 같아지기를 기다렸다가 도끼로 있는 힘껏 찍는다. 만약 나무 조각이 좀 커서 곰이 굴 어귀를 채워 메우면 옆을 뚫어 찔러서 죽일 수 있다. 죽이지 못하면 비록 탄환이 가슴을 뚫더라도 피를 흘리고 내장이 나온 채로도 진흙을 파내어서 상처 난 구멍을 막고서 씩씩거리며 쫓아와 공격하니 사냥꾼의 목숨을 장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아무리 창 기술이 좋다 하더라도 힘으로 붙으면 못 이긴다.
熊羆多喜穴居,熊或藏身於空樹中,氣熱薰蒸,冰雪消融,俗稱為坐硐。獵人悉其所在,投以木塊。熊接入,墊坐股下。再投再墊,漸以增高,俟其頂與樹口平,以斧力斫之。若木塊稍大,填塞硐口,可從旁鑽刺以斃之。否則雖彈丸洞胸,血流腸出,尚能掘泥土以塞傷口,奮追擊者致其命,故雖精於鎗技,獨力不足以勝之。
*곰은 범이 싸움이 붙으면 반드시 먼저 싸움터를 치운다. 주변 둘레에 나무들을 다 뽑아내고 쭈그리고 앉아 엿보며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데 어떤 점에서는 그 자신의 힘이 맹수의 대장임을 뽐내는 듯도 하다. 범은 호시탐탐 숲나무 안에서 엿보며 쉽사리 몸을 내보이지 않고 배가 고프면 먹거리를 찾아 배를 채우며 곰이 지치기를 기다렸다가 그제야 몸을 드러내 싸우는데 그 울부짖는 소리에 바람이 따라 일어나고 산이 울리며 골짜기가 메아리친다. 오직 곰만이 힘으로만 싸우는데, 힘으로 싸우면 으레 지게 마련이고 범은 지략으로 싸우는데 지략으로 싸우면 잘 이긴다. 사냥꾼이 이들을 만날 때면 먼저 범을 죽이니 대개 곰은 미련퉁이라 피할 줄을 몰라서 먼저 범을 잡게 되면 곰과 범 둘을 한 번에 잡을 수가 있다.
熊與虎鬬,必先闢戰場,拔盡周匝樹木,蹲伺不少動,一若矜其力之猛大者。虎眈眈林木中,不輕出,飢則覓食果腹,俟熊疲,始出鬬,吼哮風從,山鳴谷應。惟熊以力鬬,力鬬恆敗;虎以智鬬,智鬬多勝。獵者遇之,輒先殪虎,蓋熊蠢不知遁,可兩攫獲也。
*곰이 냇물을 만나면, 암곰이 젖먹이 곰을 데리고서 건너려 할 때 종종 젖먹이 곰 중 하나를 물고 가서 큰 돌을 여럿 골라 기슭에다 젖먹이 곰을 돌로 눌러 놓는다. 만약 시간이 조금 지체가 된다면 항상 눌려 죽게 되고 더러 사람에게 가로채이기도 한다.
遇河流,牝熊欲攜乳熊渡之,往往先啣其一去,復取大石壓乳熊於岸畔。若為時稍久,恆致壓斃,或為人所攫。
*곰이 나무를 타고 오를 때 오를 줄만 알고 내려올 줄은 몰라 곧장 나무 끝에 이르고서는 냅다 떨어진다. 떨어지고서도 다시 오르고 올라가면 다시 떨어지니 어찌 보면 그 우직하고 강건한 체력을 단련하려는 듯하다.
熊升樹,知上不知下,直及樹杪而跌。跌復上,上復跌,一若練習其憨健之體力者。
*청해(青海)에도 곰이 난다. 몸집은 살찌고 크며 그 뒷다리로 서는데 곧추서면 마치 사람과 같다. 키가 큰 것은 한 장(丈) 이상이다. 이들은 사람곰(人熊)과 개곰(狗熊) 두 종으로 나뉜다. 사람곰(人熊)은 발바닥이 원만하여 반나절을 서 있을 수 있고 돌에 앉을 때 앞발을 땅에 의지하지 않아서 몸 체취를 남기는 일이 없다. 개곰(狗熊)는 발바닥이 길어서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고 앉아있는 것도 오래 하지 못하니 체취 때문에 사람에게 쫓겨서이다.
青海亦產熊,體肥大,竪其後趾,直立如人,長者達一丈以上。分人熊、狗熊二種。人熊掌圓,能植立半晌,坐於石,前掌不據地,身無臭。狗熊掌長,蹲地而坐,坐亦不能久,臭逼人。
*곰은 성질이 저돌적이고 힘이 세다. 소나 말을 잡아채서 먹을 수 있고 울부짖는 소리에 숲 속 생명체들을 떨게 한다. 보금자리를 잘 꾸려서 돌무지 골짜기에서도 나무를 얽어 울타리를 만든다. 음식 봉양을 잘하여 오로지 육식만 하지 않고 굴 안에 기이한 꽃과 과실을 쌓아둔다. 엄동설한이 이를 때마다 곧 움직이지도 먹지도 않고 칩거하며 반죽음 상태에 있으니 이를 겨울잠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 발바닥 핥기는 멈추지 않는다. 민간에서 곰 발바닥들 중 하나는 먹을 수 있으니 수곰은 왼쪽이요 암곰은 오른쪽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그중 하나는 먹을 수 없으니 겨울날에 늘 그 볼기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뒷발 살은 서걱대고 앞 두 발바닥은 모두 기름지다. 그 몸은 순전히 양(陽) 기운이라 털은 투박하고 질기며 털끝은 부드럽고 두텁다. 늙은 사람일 경우 이것을 깔면 한창 잘 수 있지만, 장년인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熊性猛力強,能攫取牛馬以為食,嘯聲震林木。善營巢,於石壑中架木為柵。善養羞,不專肉食,穴中積奇花異果。每屆嚴冬,即不動不食,蟄居如半死,謂之冬眠,舌舐其掌不休。俗傳熊掌其一可食,牡左牝右。其一不可食,以冬日常掩其臀也。或云,後蹄肉粗,前二掌無不肥。其體純陽,毛質堅而尖氄厚,年老者方能寢,壯年人不宜也。
*웅패(熊霸) : 장백산(長白山)에 웅패가 있는데 몸 앞쪽은 곰 같고 몸 뒤쪽은 돼지 같다. 그 힘은 곰과 돼지를 훨씬 넘어서고 고기 맛은 야생 돼지에 비교한다면 기름지고 맛나다. 그러나 자주 보기 어려우니 아마도 곰과 돼지가 교배하는 통에 생긴 듯하다.
熊霸 : 長白山有熊霸,前身如熊,後身如豕,其力遠過於熊豕,味較野豬為肥美。然不多見,蓋係熊豕交合而生者。
*웅담 : 장백산(長白山) 웅담에는 구리담(銅膽)과 쇠담(鐵膽)과 풀담(草膽)의 분류가 있다. 구리담은 누르스름한 금빛으로 가장 좋고 쇠담의 색은 거무스름한 잿빛으로 그다음이고 풀담은 질이 이들과 좀 멀다. 담은 달의 차고 기움에 따라 줄거나 느는데 보름 이전의 것은 살의 힘이 충분하고 무겁다. 보름 이후의 것은 살의 힘이 부족하고 가볍다. 늙어(倉) 누워있는 사람에게 더욱 좋다. 여름날에 이것을 먹으면 비린내가 난다. <倉은 臟과 蒼으로도 통하는데 우선 ‘늙은 蒼’으로 해석하였다.>
熊膽 : 長白山之熊,膽有銅膽、鐵膽、草膽之分。銅膽作金黃色,最佳。鐵膽之色灰黑,次之。草膽則相去遠甚。且膽隨月之盈虧為消長,月之十五以前者,力足而體重;十六以後者,力虧而體輕。臥倉者尤佳。夏日食之有腥。
*비휴(貔貅) : 비휴는 범과 모습이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곰과 비슷하다고 하니 털빛이 흰빛을 띤 잿빛이고 요동 사람들은 이를 흰 큰 곰(白羆)이라고 부른다. 수컷은 비(貔)라 하고 암컷은 휴(貅)라고 하기에 옛사람들이 이 둘을 연이어서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
貔貅 : 貔貅,形似虎,或曰似熊,毛色灰白,遼東人謂之白羆。雄者曰貔,雌者曰貅,故古人多連舉之。
*범 : 범은 맹수이다. 모습은 괭이 같고 몸 전체는 길이가 대여섯 자이고 털빛은 밝은 누런빛인데 검은색의 줄무늬가 있다. 성질은 흉악하여 잔인하고 맹렬하여 사나워 다른 짐승들을 잡아먹고 아울러 사람도 해친다. 한대 지역과 열대 지역 모두에서 사는데 동북 삼성에서 나는 것은 털이 촘촘하고 두터워 그 가죽은 깔개로 쓸 수가 있다. 귀주(貴州)의 준의(遵義)에도 범이 많은데 네 종이 있다. 반점 난 범은 보통 범과 무늬 바탕이 같다. 누런 털이 난 범은 검은 무늬가 없고 사의범(簑衣虎)은 털이 길어 몸을 덮는다. 도롱이를 입은(簑衣) 모양이라서 칼이나 화살촉이 뚫지 못한다. 붉은 범이 가장 모진데 강희(康熙) 연간에 수양촌락(綏陽村落)에서 이틀 동안 서른일곱 사람을 물어뜯은 적이 있었다. 그 털이 검붉어 오랑우탄(猩猩) 담요 털과 같다.
虎 : 虎,猛獸也,形似貓,全身長五六尺,毛色鮮黃,而有黑色條紋。性凶殘猛悍,食他獸畜,並傷人。寒帶、熱帶皆有之,產於東三省者,毛密而厚,其皮可作坐褥。而貴州之遵義亦多虎,有四種。斑虎與常虎文質同,黃毛虎無黑文,簑衣虎毛長被體,如簑衣狀,刀箭不能入。而朱虎最獰,康熙時,嘗於綏陽村落間二日齧三十七人,其毛殷紅,如猩猩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