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옛날, 압록강은 물이 몹시 흐렸다고 한다. 하여 강을 건너다니던 말들까지도 은근히 트집을 잡는 강이라 하여 그 이름이 마자수(馬訾水)라고 불리우기까지 할 때에 생긴 일이다.
한 어미 젖줄기를 물고 태여나서도 서로 오래 동안 만나지 못한 두만강신은 이웃인 송화강 신을 청하여 형제 사이의 회포를 풀려고 생각하였다. 청첩을 받은 송화강 신은 인제 구름마차를 타고 달려왔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마자수신이 보이지 않자 송화강 신이 의아쩍어하며 두만강 신에게 따져물었다....
《뭐, 물이 흐려져 그러신다구? 본래 대범하기가 그지없는 형님이셨는데.》
사실 그랬다. 백두산에서 발원해서 도도한 푸른 물줄기로 몇천 리 동북대평원을 살찌우는 송화강 신이였건만 그는 좀체로 내색을 내지 않고 마자수 신을 깍듯이 형님으로 공경하였다. 그 원인은 1,600리에 달하는 마자수 신이 자기와는 달리 백의 동포들이 사는 마을, 마을을 흘러지나며 그들과 고락을 같이한다는 존경심에서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마자수신이 나타나지 않자 송화강 신은 두만강 신에게 정성껏 차린 연회상을 그대로 싣고 형님한테로 가자고 청들였다. 두만강 신도 그러는 게 좋다고 하였다.
오색 차일을 쓴 구름 마차가 마자수 상공에 이르렀다. 검누른 마자수는 송화강, 두만강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두 동생을 맞이한 마자수 신은 솔직한 성정대로 기뻐는 하면서도 인제 어디서 왔는지 삼두육비(三頭六臂)를 가진 괴물이 상류에서 제가 주인이노라 마구 홍수가 지게 해서 마자수가 저 모양이 됐다고 하소연하였다.
《그래 형님은 그 괴물을 본적이 있수?》
송화강신이 묻는 말에 마자수 신이 정색해서 대답했다.
《보나마나지. 놈은 대가리가 세 갠데 피뜩 보면 큰 항아리만하구 팔은 여섯 개인데 아름드리 원목을 세워놓은 것 같다네.》
두만강 신이 놀라서 눈을 치뜨며 물었다.
《놈의 힘이 장사일 것 같은데 그래 그 놈은 뭘 먹고 산답니까?》
《놈은 체통에 비하여 좋아하는 게 고작 강 밑에서 사는 가재일세. 그 괴물 때문에 마자수에 사는 가재들은 거의 싹쓸이를 했어!》
《가재라구요?!》
순간 송화강 신의 눈빛이 환해졌다. 몇천 리를 누비면서 인간들의 풍속 세태를 많이 보아온 송화강 신은 마자수 신의 귓전에 대고 무어라고 속삭였다.
순간 마자수 신은 너무 기뻐서 갖고 온 연회상의 술동이를 들고 꿀꺽꿀꺽 들이켰다.
두만강 신은 바람 신에게 기별하여 두만강의 가재를 수레들이로 실어들이게 하고 송화강 신은 자기 관할구역의 좋은 꿀을 함지들이로 날라오게 하였다.
삼두륙비를 가진 괴물은 강기슭에 산처럼 쌓인 가재와 늪처럼 고인 꿀을 보자 이건 하느님이 자기한테 내린 하사품이라고 좋아하며 와작와작 꿀꺽꿀꺽 처먹기 시작하였다. 한나절이나 먹고 나자 괴물은 사맥이 나른해감을 느꼈다. 본래 가재와 꿀을 섞어먹으면 독이 된다는 이치를 우둔한 그가 알리 없었다.
그 기회를 타서 마자수 신은 도끼로 괴물의 대가리를 두 개나 까고 송화강 신과 두만강 신은 검으로 놈의 팔을 네 개나 잘라버렸다. 그래도 용력이 대단한 놈이여서 그는 상한 몸뚱이로 용케 싸우다가 풍덩 마자수로 뛰여들었다.
후환을 없애기 위하여 세 형제는 강에 뛰여들었으나 물이 혼탁하다보니 옹근 석달이 되어도 괴물의 종적을 찾지 못하였다.
《에익, 물만 맑았으면 놈을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긴데.》
두만강 신이 푸념하는 말에 마자수 신은 문득 깨닫는 바가 있어 입을 열었다.
《옳거니, 저 불함산(백두산) 밑에 맑은 샘 줄기가 있다는데 그걸 터쳐놓으면 그 괴물이 어디 숨어 있는지 알게 아닌가?》
그 말에 모두들 찬동을 표시하였다.
송화강 신은 그 길로 달려가서 자기가 타고 내리던 천지폭포줄기를 막아버리고 두만강 신은 지하로 해서 슴새나오던 물줄기를 끊어 버렸다. 그러자 점점 불어난 샘물은 그 거대한 힘으로 마자수 쪽의 샘줄기를 터쳐놓았다.
그러자 한뉘 놀고 먹으며 복을 누리려던 괴물은 물이 맑아지자 서해 바다로 도망쳤다.
세 물신이 푸른 샘줄기를 터쳐놓은 통에 흐렸던 마자수가 맑아지고 그 색깔이 마치도 오리목에 둘리 비취색과도 같았다.
이때로부터 사람들은 마자수를 압록강(鴨綠江)이라 고쳐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꾼 강철순 : 곳 안도현 : 때 1985년 6월
-두만강 압록강유역 지명전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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