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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고개

일식과 월식 – 한국 민담 사전 중에서(문화출판공사)

by 쥐눈이 2023. 4. 24.

이 세상에 여러 나라가 있는 것처럼 하늘 나라에도 여러 나라가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언제나 어둠 속에 잠겨 있는 나라가 있었으니 어둠 나라라고 불렀다.

어둠 나라에는 햇빛도 달빛도 비치질 않아서 언제나 깜깜한 세상에서 살아야 했으니 어둠 나라에는 어두운 중에도 개를 많이 기르고 있었다. 개는 매우 사나운 개로서 불개라고 불렀다.

어둠 나라의 임금님은 백성들이 어둠 속에서만 살아야 하니 딱하기만 했다. 그래서 늘 어떻게 하든지 어둠을 면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궁리 끝에 임금님은 인간 세상에 있는 해나 달 중에 하나를 훔치려고 결심했다.

어둠 나라임금님은 불개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날쌘 개를 뽑아 해를 훔쳐오도록 분부했다. 불개는 해를 찾아가서 틈을 보아 덥석 입으로 물었다. 그러나 해는 너무나 뜨거워서 물어 갈 수가 없어 바로 토해 버렸다. 불개는 몇 번이고 해를 물기는 했으나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어 도로 내뱉아 놓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불개는 입만 댔다 놓았다 하다가 하는 수 없이 되돌아 가서 임금님께 사실대로 아뢰었다.

어둠 나라임금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뜨겁지 않은 달을 훔쳐 오기로 했다. 달은 빛이 흐리므로 해처럼 뜨겁지 않을 것이니 훔치기 쉬울 것으로 믿었다.

임금은 다시 불개를 시켜 달을 훔쳐오도록 분부했다. 불개는 달을 찾아가서 덥석 물었다. 그러나 달은 어찌나 차든지 마치 얼음을 문 것 같아서 이빨이 시리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토해 버렸다. 불개는 몇 번이고 달을 물어 보았으나 그때마다 차가와서 토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듣고 어둠 나라임금님은 화가 났다. 몇 번이고 해와 달을 훔쳐오도록 명령했으나 그때마다 실패하고 말았다.

어둠 나라는 여전히 밝아질 수가 없어서 지금도 옛날대로 어둠 속에 잠겨 있다고 한다. 그리고 불개는 지금도 해와 달을 물었다 놓았다 하고......

불개들이 해를 훔치려고 입에 물었을 때에 지상에서는 일식이 되고, 불개가 달을 물었을 때는 월식이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