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옛날, 이 세상에는 아직 바다도 육지도 없던 때의 이야기이다.
하늘에 사는 하느님의 귀여운 무남독녀 외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실수를 해서 옥으로 만든 귀중한 반지를 잃었다.
하느님의 딸은 많은 시녀를 시켜 옥반지를 찾도록 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길이 전혀 없었다.
하늘에서 찾지 못한 옥반지는 분명히 지상에 떨어졌을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하느님은 지혜가 많고 힘이 센 대장에게 명령하여 지상에 내려가 옥반지를 찾아 오도록 했다. 하늘나라의 대장은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때만 해도 지상은 마치 갯바닥처럼 흙가루를 물 반죽한 것 같아서 여기를 디뎌도 푹 빠지고 저기를 가 디뎌봐도 푹 빠지니 옥반지가 어디에 떨어져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늘나라 대장은 생각 끝에 흙탕물 속을 손으로 뒤져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뒤지고 다녔다. 온 지상을 모조리 뒤진 결과 저녁쯤 되어 끝내 옥반지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로 지상의 모습은 변하고 말았다. 즉 하늘 나라 대장이 옥반지를 찾기 위해서 진흙을 긁어 모은 곳이 산이 되고, 손으로 훑어 쓰다듬은 곳은 벌판이 되고, 물이 흘러 가도록 도랑을 친 곳은 내가 되고, 깊이 파헤친 곳은 바다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이 세상에는 산과 강과 바다가 비로소 생겼다고 한다.
- 한국의 민담 (서문문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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