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태양이 사라지다
그믐날 밤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은하수 근처 직녀성 가까이에 유난히 밝게 빛나는 세 개의 별이 보입니다. 이 별들은 마치 용사의 부릅뜬 눈처럼 반짝거리면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별들이 곧 조선족의 전설에 등장하는 세쌍동이 별로 이 세쌍동이 별에는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해 내려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먼 옛날 백두산 아주 깊은 산 속에 흑룡담(黑龍潭)이라고 하는 큰 연못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연못가에는 따사로운 햇빛이 스며들고 아름다운 갖가지 수초(水草)가 자라나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아름답고 현숙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는데 그 며느리는 한배에 세쌍동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에 그 며느리는 착한 마음과 부지런한 손으로 베를 짜거나 밭을 갈아 아들 삼형제를 길렀습니다.
어느덧 그 아들들이 여덟 살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식들을 밖으로 내 보내 세상을 두루 경험하면서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세 아이를 가까이 불러 그들에게 10년 기한을 주면서 그 동안에 재주를 익혀 집으로 돌아 오라고 일렀습니다.
그리하여 10년 후, 쌍둥이 삼형제는 집으로 돌아 와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큰아들은 정교하게 만들어져 보기에도 좋은 담요를 가지고 돌아 왔습니다. 큰아들이 그 위에 앉아 한번 손으로 가볍게 두드릴라치면 담요는 순식간에 하늘을 날아 오를 수가 있었습니다. 둘째 아들은 눈으로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기술을 배워 왔습니다. 그가 왼쪽 눈을 감으면 오른쪽 눈에는 사방 구만리 이내에 있는 모든 것이 보였습니다. 셋째 아들은 칼 한 자루와 활 하나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그가 칼춤을 추면 은빛이 번쩍거리면서 삼 장 밖에서도 한기를 느낄 수 있었으며 그가 활을 당기면 화살은 날고 있는 아주 작은 새의 눈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삼형제는 돌아온 후 지극한 효성으로 어머니를 봉양함은 물론 마을을 돌보며 화목하게 지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들을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의 어느 날 새벽, 하늘은 푸르고 맑은데도 땅에서는 갑자기 무서운 바람이 불어 흙이 날고 돌이 구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천지가 어두워지면서 순식간에 하늘은 온통 검은 구름에 휩싸여 손을 펼쳐 보아도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암흑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천둥이 쳤으며 하늘에 있는 강이 뒤엎어지기나 한 것처럼 퍼붓 듯 큰 비가 내려왔습니다. 바람소리, 빗소리, 천둥소리가 뒤엉켜 어지러이 들려 오면서 마치 하늘이 뒤집히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 광경에 놀라 한데 모였으나 어찌해야 좋을지 안절부절하지 못했습니다.
한참 후 비바람이 서서히 잠잠해지면서 어둡던 하늘이 점점 밝아졌습니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비바람이 멎고 하늘에 가득하던 검은 구름이 걷히자 짙푸른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로 가득차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두운 밤이 지나자 별들은 하나 둘씩 그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해가 솟아오를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렸으나 하늘은 푸르기만 할 따름이었습니다. 또다시 한 시간을 더 기다렸으나 하늘은 여전히 푸르기만 한 것입니다. 태양은 도대체 어디 간 것일까요? 사람들은 모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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