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두 마리 흑룡과 결투를 벌이다
어머니는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흰머리를 매만지면서 삼형제에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살면서 백성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자 자기의 생명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일이다. 빨리 가서 태양을 구해 오너라!”
삼형제는 어머니와 마을의 어른들게 절을 하고 첫째의 담요에 올라 앉아 구만리 하늘을 날았습니다. 둘째가 왼쪽 눈을 감자 오른쪽 눈에는 구름 위에서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면서 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삼형제는 즉시 결투할 준비를 했습니다. 첫째는 담요를 몰았으며 둘째는 방향을 지시하고 셋째는 장검을 움켜 쥐었습니다.
두 마리 흑룡은 삼형제가 구름 꼭대기로 날아 오는 것을 보더니 머리와 꼬리를 흔들며 맹렬하게 덤벼 들었습니다. 삼형제는 담요를 타고 검을 흔들며 흑룡과 생사의 결투를 벌였습니다. 이들이 싸우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 온통 번개가 일 듯했으며 벼락치는 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하였습니다. 셋째는 번개보다도 더 빨리 그의 장검을 휘둘렀고, 둘째의 눈은 몸 전체가 일흔여덟 마디로 되어 있는 흑룡을 놓치지 않았으며, 첫째는 담요를 몰아 용의 머리와 꼬리 사이를 날아 다녔습니다.
흑룡은 폭우와 광풍을 몰아 벼락보다 더 큰 소리를 내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 하늘에 덮여 있는 먹구름을 토막토막 찢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용맹스러운 삼형제는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고 힘껏 대항해 싸웠습니다.
두 마리 흑룡은 견딜 수가 없게 되었는지 갑자기 몸을 돌려 하늘쪽으로 정신없이 달아났습니다. 첫째는 담요를 몰아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 바짝 추격하였고, 셋째는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유성처럼 날아간 화살은 눈깜짝할 사이에 암컷의 허리를 꿰뚫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매우 아픈 듯 용은 허리를 움칠거리며 천지가 울리도록 괴성을 질러댔습니다.
“아이고...”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태양을 토해내더니 머리를 흑룡담에 처박는 것이었습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사람들은 태양이 하늘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으며, 인간 세계에는 다시 빛이 돌아 왔습니다. 백성들은 하늘이 울릴 듯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 결투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 흐르는 땀을 훔쳐 내기에 바빴던 세 스승도 깊은 숨을 몰아 쉬었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역력했습니다.
이때 둘째의 스승이 왼쪽 눈을 감고 연못 속을 들여다보니 암컷이 아직도 죽지 않고 연못 바닥을 이리저리 기어 다니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다가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직도 세 형제는 수컷과 결투 중이었는데 수컷이 싸움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빨리 하늘로 올라 가 도와 줍시다.”
세 스승은 즉시 담요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세 형제와 세 스승은 서로 앞을 다투어 포악스러운 수컷을 포위하고 몸 전체를 칼로 난도질했습니다. 상처마다에서는 피가 흘러내려 비를 온통 빨갛게 물들였습니다. 수컷은 숨을 크게 몰아 쉬더니 구름덩어리를 뿜어냈습니다.
다시는 싸우고 싶지 않았던지 머리를 돌려 흑룡담으로 도망가려고 했습니다. 수컷이 소리를 내며 날아 내려가려는 순간 “쉬잇”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셋째의 날카로운 칼이 하늘을 가르며 쫒아 가더니 한치도 빗나가지 않고 수컷의 목 뒤에 박혔습니다. 수컷의 비명소리에 흑룡담의 물이 크게 굽이치며 솟아올랐고 수컷은 흑룡담으로 돌아 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흑룡담가에 떨어진 수컷은 한동안 괴성을 질러대더니 커다란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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